[사설] 네덜란드 떠나려는 ASML, 남의 일로만 볼 수 없다

입력 2024-03-08 17:47   수정 2024-03-09 00:59

글로벌 반도체업계 최고의 장비업체로 꼽히는 네덜란드 ASML이 해외 이전·확장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의 트럼프’로 불리는 헤이르트 빌더르스가 이끄는 극우 자유당(PVV)이 지난해 11월 선거 승리 후 반이민 법안을 잇따라 통과시킨 게 도화선이 됐다. 그러자 ASML은 “혁신을 위한 사람들을 데려올 수 없다면 우리가 성장할 수 있는 곳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허가 취득 문제, 전력망 한계 등도 국내 확장의 걸림돌이다. 다급해진 마르크 뤼터 내각(자유민주국민당)이 일명 ‘베토벤 특별팀(TF)’을 꾸려 ASML 지키기 총력전에 나섰지만, 자유당이 큰 의석을 차지한 만큼 뜻대로 될지 의문이다.

이런 네덜란드 상황은 답답한 우리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당장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공장만 해도 2019년 부지가 선정됐지만 5년이 넘도록 첫 삽조차 못 뜨고 있다. 환경 민원, 토지 보상, 용수 인프라 문제 등에 번번이 발목이 잡혀서다. 정부가 보상 문제를 ‘기업 역량’으로 치부한 채 방관한 탓이 크다. 일본 정부가 모든 개발 과정을 주도해 구마모토현의 대만 TSMC 반도체 제1공장의 공사 기간을 기존 5년에서 2년으로 단축한 모습과 대조적이다. 윤석열 정부가 622조원을 투입해 경기 남부 지역에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조성’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가운데 막대한 전력과 용수 공급이 관건이지만 벌써부터 지역 시위에 가로막힌 게 현실이다. 직접적인 지원은 말할 것도 없다. 정부가 올해 반도체 관련 예산으로 1조3000억원을 투입한다지만 직접 보조금 계획은 없다. 미국 일본 대만이 기업당 수조원의 보조금을 뿌려대는 것과 대비된다. 그나마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기존 8%에서 15%로 확대한 K칩스법이 있지만 올해 말 일몰을 앞뒀다.

글로벌 무대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기업을 언제까지 애국심에 호소해 국내에 묶어둘 수는 없는 일이다. ASML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최소한 경쟁국 수준의 세제와 행정 지원에 나서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법인세와 경영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내모는 중대재해처벌법 등 들어오려는 외국 기업마저 내쫓는 불합리한 기업 환경도 개선해야 한다. 정부나 정치인들이 사업장을 찾아 적당히 등만 두들겨준다고 모든 게 해소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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